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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와 간빙기, 지구는 반복되는 겨울을 가진다

by 사과로그 2025. 6. 20.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는 비교적 온화하고 안정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짧은 '예외적인 순간'일 뿐입니다. 오늘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지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빙하기와 간빙기, 지구는 반복되는 겨울을 가진다
빙하기와 간빙기, 지구는 반복되는 겨울을 가진다

1. 지구는 언제나 따뜻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구는 약 45억 년의 역사 동안 수차례 극심한 추위와 더위의 순환, 즉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빙하기(Ice Age)란, 지구 전체적으로 기온이 낮아져 극지방의 빙하가 크게 확장되고, 중위도 지역까지도 빙하나 만년설이 형성되는 시기를 말합니다. 반대로 간빙기(Interglacial Period)는 빙하가 후퇴하고, 평균 기온이 상승하여 보다 따뜻한 기후가 유지되는 시기입니다.

흥미롭게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은 빙하기 중 하나인 ‘제4기(Quaternary)’의 간빙기에 해당합니다. 즉, 빙하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단지 일시적인 따뜻한 휴식기를 겪고 있는 셈입니다.

빙하기와 간빙기는 수십만 년 주기로 반복되며, 그 원인으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 (밀란코비치 주기)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는 완벽한 원이 아니라 타원형이며, 이 궤도의 모양과 기울기, 세차운동 등이 약 2만~10만 년 단위로 변합니다. 이 변화가 태양 복사 에너지의 분포를 바꾸면서, 장기적인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줍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빙하기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고, 간빙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 변화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해류와 빙하의 반사율(albedo)
북극과 남극의 해빙이 많을수록 태양광을 더 많이 반사하고, 지구는 더 차가워집니다. 반대로 얼음이 줄어들면 흡수되는 에너지가 많아져 따뜻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지구는 자체의 천문학적 주기와 내부 피드백 작용에 의해 ‘자연스러운 기후의 호흡’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2. 과거 기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수십만 년 전의 기후가 어땠는지, 혹은 당시의 온도와 대기 성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이를 ‘고기후 연구(Paleoclimatology)’를 통해 밝혀내고 있습니다.

고기후를 연구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는 빙핵(ice core) 분석입니다.
남극이나 그린란드의 깊은 빙하를 시추하면, 각 층에 과거의 눈과 공기 방울이 압축되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공기 방울을 분석하면 당시의 대기 성분(특히 CO₂와 메탄), 미세먼지 농도, 온도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극 ‘돔 C’에서 채취한 빙핵은 약 80만 년 전까지의 기후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 자료를 통해 지구가 몇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었는지, 기온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고기후 자료는 해양 퇴적물과 나무의 나이테, 동굴의 석순(스탈락타이트) 등에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온도, 습도, 해양 염도, 식생의 변화 등을 보여주며, 서로를 교차 검증하는 데 사용됩니다.

특히, 빙하기 동안 CO₂ 농도는 약 180ppm 수준이었고, 간빙기에는 280~300ppm 사이로 상승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현재(2025년 기준) 대기 중 CO₂ 농도는 420ppm을 초과하고 있어, 인류가 전례 없는 속도로 대기 조성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3. 지금, 우리는 어느 시기에 살고 있는 걸까요?


현재는 앞서 말씀드린 제4기 빙하기 중에서도 홀로세(Holocene)라는 간빙기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는 약 1만 2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부터 시작되었으며, 농업의 시작과 인류 문명의 발전이 가능했던 배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간빙기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극지방의 빙하가 급속히 줄고, 해수면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 중 일부는 현재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인간 활동이 지구 생태계와 기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기로 보자는 주장입니다.
즉, 과거에는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었지만, 이제는 인간의 영향이 그 순환을 바꾸고 있는 것이죠.

가장 큰 우려는 현재의 기후가 과거 간빙기에 비해 너무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지금까지 약 1만 년 동안 평균 기온이 약 4~5도 상승한 반면, 지난 100년 동안만 약 1.2도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속도는 지구 생태계와 인류 사회가 적응하기에 너무 빠르며,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이상기후, 생물 다양성 감소, 물 부족 등의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기후 변화는 단순한 ‘자연적 순환’이 아니라, 인간 활동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가속화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빙하기와 간빙기는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 변화는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고기후 연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앞으로의 길을 준비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는 반복되는 겨울을 가졌고, 또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겨울을 맞는 방식과 시기는 이제 우리의 손에 달려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