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바다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에너지, 태풍과 허리케인은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극적인 기상 현상입니다.
오늘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에너지인 태풍 그리고 허리케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태풍과 허리케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태풍과 허리케인은 모두 ‘열대 저기압’이라는 같은 기상 현상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 이름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데,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태풍(Typhoon)’,
북대서양과 미국 동부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과 호주 근처에서는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불립니다.
이 거대한 폭풍들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핵심은 따뜻한 바다에 있습니다.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약 26.5도 이상으로 따뜻할 경우,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대기 중으로 막대한 수증기를 공급합니다.
이 수증기는 상승 기류를 따라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응결(물방울로 변함)되고, 이때 열(잠열)이 방출됩니다.
바로 이 잠열이 태풍의 에너지원입니다.
즉, 뜨거운 바다 → 증발 → 응결 → 열 방출 → 더 강한 상승 기류 → 더 많은 공기 유입 → 회전하는 거대한 저기압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회전은 코리올리 힘(지구 자전에 의한 관성력)에 의해 발생합니다.
적도에서 약간 떨어진 지역에서만 태풍이 형성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적도 부근에서는 코리올리 힘이 매우 약해 회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정리하면,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따뜻한 바다 (해수면 온도 26.5도 이상)
수직 상승하는 대기 불안정
코리올리 힘이 작용할 수 있는 위도 (약 5도 이상)
약한 상층 바람 (강한 바람이 있으면 구조가 깨짐)
이렇게 만들어진 태풍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에너지를 머금은 채 회전하며, 이동하면서 강풍, 폭우, 해일 등의 피해를 동반합니다.
일종의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연발전소’인 셈입니다.
2. 태풍의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태풍은 육안으로 봐도 거대한 소용돌이 형태를 하고 있으며,
위성 사진에서는 마치 우주의 나선 은하처럼 정교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가장 중심에는 ‘눈(Eye)’이 있습니다.
이곳은 놀랍게도 상대적으로 맑고 고요한 지역입니다.
눈의 직경은 보통 30~60km 정도이며, 중심부에서는 기압이 매우 낮아집니다. 때로는 900hPa 이하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눈을 둘러싼 부분이 바로 ‘눈벽(Eyewall)’입니다.
여기에는 태풍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비와 바람이 몰려 있습니다.
상승기류가 극대화되며, 바닷물과 대기 중 수증기가 모두 이곳에서 에너지로 바뀝니다.
눈벽은 태풍의 ‘심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곽으로 갈수록 나선형으로 뻗은 비구름 띠(Rain bands)가 이어집니다.
이곳에서도 강한 비와 바람이 내리지만, 눈벽보다는 약합니다.
그러나 태풍의 전체 규모가 수백 km에 이르기 때문에, 눈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태풍의 구조는 위로도 매우 높습니다.
상승기류는 성층권 가까이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강한 태풍의 경우 상공 15~18km 이상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구조는 태풍이 단지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구름이 아니라,
지구 대기의 에너지 흐름과 밀접히 연결된 정교한 시스템임을 보여줍니다.
3.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이례적으로 강한 태풍이나 한 달 새 연속되는 허리케인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온도의 상승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태풍의 에너지는 따뜻한 바닷물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해수면 온도가 높을수록 더 강한 태풍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기후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태풍의 빈도는 다소 감소할 수 있으나,
그 대신 한 번 발생할 경우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한 태풍은 더 많은 강수량과 바람 피해를 동반합니다.
이는 도시 홍수, 산사태, 해안 침수 등 2차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됩니다.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도 유발하므로, 태풍과 함께 나타나는 폭풍 해일이 해안 도시들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10년 사이,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최대풍속 315km/h)은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이언(2022)도 4등급의 강력한 위력으로 1천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례적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태풍과 허리케인은 단순히 ‘자연재해’로만 보기 어려운 지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라는 인간 활동의 결과가 태풍이라는 기상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우리의 생활, 도시계획, 재난 대응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단지 바람과 비의 소용돌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다에서 태어난 거대한 에너지의 생명체처럼,
지구 대기의 흐름과 온도, 수증기, 바람의 균형이 어긋날 때 등장하는 자연의 힘입니다.
우리가 이 힘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원리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기후와의 연관성을 인식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